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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영상」 (풀의 映像) 은 1966년 3월 7일에 발표된 김수영의 시입니다.

본문

고민이 사라진 뒤에
이슬이 앉은 새봄의 낯익은 풀빛의 영상이
떠오르고 나서도
그것은 또 한참 시간이 필요했다

시계를 맞추기 전에
라디오의 時鐘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안타깝다


봄이 오기 전에 속옷을 벗고 너무 시원해서 설워지듯이
성급한 우리들은 이 발견과 실감 앞에 서럽기까지도 하다

전 아시아의 후진국 전 아프리카의 후진국
그 섬조각 반도조각 대륙조각이
이 발견의 봄이 오기 전에 옷을 벗으려고
뚜껑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


라디오의 시종을 고하는 소리 대신에 西都歌와
목사의 열띤 설교 소리와 심포니가 나오지만

이 소음들은 나의 푸른 풀의 가냘픈
영상을 꺾지 못하고

그 영상의 전후의 고민의 환희를 지우지 못한다


나는 옷을 벗는다 엉클 샘을 위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무거운 겨울옷을 벗는다

겨울옷의 영상도 충분하다 누더기 누빈 옷
가죽옷 융옷 솜이 몰린 솜옷……

그러다가 드디어 나는 월남인이 되기까지도 했다
엉클 샘에게 학살당한
월남인이 되기까지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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