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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기」 (轉向記) 는 1962년에 발표된 김수영의 시입니다.

본문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소련한테는
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얼마전까지는
흰 원고지 뒤에 낙서를 하면서
그것이 그럴듯하게 생각돼서
소련을 내심으로도 입밖으로도 두둔했었다
―당연한 일이다

소련을 생각하면서 나는 치질을 앓고 피를 쏟았다
일주일 동안 단식까지 했다
단식을 하고 나서 죽을 먹고
그 다음에 밥을 떡국을 먹었는데
새삼스럽게 소화불량증이 생겼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지금 일본 시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너무 자연스러운 전향을 한 데 놀라면서
이 이유를 생각하려 하지만
그 이유는 시가 안 된다
아니 또 시가 된다
—당연한 일이다

<히시야마 슈조>의 낙엽이 생활인 것처럼
5·16 이후의 나의 생활도 생활이다
복종의 미덕!
사상까지도 복종하라!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이 말을 들으면 필시 웃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지루한 전향의 고백
되도록 지루할수록 좋다
지금 나는 자고 깨고 하면서 더 지루한
중공(中共)의 욕을 쓰고 있는데
치질도 낫기 전에 또 술을 마셨다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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