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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농인찰지」 (美濃印札紙) 는 1967년 8월 15일에 발표된 김수영의 시입니다.

본문

우리 동네엔 미대사관에 쓰는 타이프 용지가 없다우
편지를 쓰려고 그걸 사오라니까 밀용인찰지인지를 사왔드라우
(밀용인찰지인지 밀양인찰지인지 미룡인찰지인지
사전을 찾아보아도 없드라우)
편지지뿐만 아니라 봉투도 마찬가지지 밀용지 넉 장에
봉투 두 장을 4원에 사가지고 왔으니 알지 않겠소
이것이 편지를 쓰다 만 내력이오―꽉 막히는구려

꽉 막히는 이것이 나의 생활의 자연의 시초요
바다와 별장과 용솟음치는 파도와 조니 워커와
조크와 미인과 페티 김과 애교와 豪談과
남자와 포부의 미련에 대한
편지는 못 쓰겠고 매부 돌아오는 길에
차창에서 내다본 중앙선의 복선공사에 동원된
갈대보다도 더 약한 소년들과 부녀자들의
노동의 慘景에 대한 편지도 못 쓰겠소 매부

이 인찰지와 이 봉투지로는 편지는 못 쓰겠소
더위도 가시고 오늘은 하루종일 일도
안하고 있지만 밀용인찰지의 나의 생활을
당신한테 보일 수는 없소 이제는
편지를 안해도 한 거나 다름없고 나는
조금도 미안하지 않소 매부의 태산 같은
친절과 친절의 압력에 대해서 미안하지 않소

당신이 사준 북어와 오징어와 2등차표와
경포대의 선물과 도리스 위스키와 라스베리 잼에 대해서
미안하지 않소 당신의 모든 행복과 우리들의 바닷가의
행복의 모든 추억에 대해서 미안하지 않소
살아 있던 시간에 대해서 미안하지 않소
나와 나의 아내와 우리집의 온 가옥의 무게를 다 합해서
밀양에서 온 식모의 소박과 원한까지를 다 합해서
미안하지 않소―만 다만 식모를 부르는 소리가
좀 단호해졌을 뿐이오 미안할 정도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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